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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이야기

유과(油果)

잔칫상에 꼭 오르던 과자


유과(油果) 역시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과자로 기름에 지져서 만들기 때문에 ‘기름 유(油)’ 자가 붙었다. 서양 과자는 대부분 밀가루가 주재료이고 오븐에 굽는 것이 많은 반면 우리 고유의 과자는 대개 쌀로 만든다.


유과는 여름철에는 덥고 습기가 많아서 강정 바탕이 쉬 눅고 엿이 늘어져서 만들기가 어렵고 겨울철, 특히 설을 앞두고 많이 만든다. 크기나 모양이 다양하며 쓰임새도 많다.

강정, 산자, 과줄, 연사과, 빙사과 등의 과자가 모두 유과에 속하며, 약과는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을 넣어 만드는 유밀과(油蜜果)의 일종이다. 유과는 절구에 친 떡 반대기를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큰 것은 산자, 손가락 굵기는 강정, 팥알만하게 썰어 말려 튀긴 후에 엿으로 뭉쳐서 모나게 썬 것은 빙사과라 부른다.

예전에는 강정 바탕을 말릴 때 종이에 정일품, 정이품 등 품계를 적어 말려 설날 세배상에 놓았다가 갈라 보아 누구 것이 품계가 높은가를 겨루는 놀이도 있었다고 한다.

『규합총서』에서는 강정을 누에고치 같다고 하여 ‘견병(繭餠)’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말로 ‘한구(寒具)’라고도 하였다. 중국에서도 대보름에 누에고치 모양의 과자에 글을 쓴 종이 조각을 넣고 만들어 그 해의 화복(禍福)을 점쳤다고 한다. 고려 때부터 잔치나 제사, 특히 세배상에 반드시 오르는 과자로 기록에 남아 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오색 강정이 있는데 설날과 봄철에 인가(人家)의 제물로 실과 행렬(實果行列)에 들며, 세찬으로 손님을 대접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하였고, 『열양세시기』에서도 “인가에서는 제사 음식 중 강정을 으뜸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혼인 잔치를 할 때는 신부집에서 신랑에게 큰상을 차려 주고 상객이 돌아갈 때 대나무로 엮은 석작이나 버들로 엮은 동구리에 각종 음식을 담아 보낸다. 이런 풍습을 이바지라고 하는데 신랑집에서는 이 음식을 친척과 이웃에 돌려서 사돈집 솜씨를 자랑한다. 신랑집에서도 신부집에 음식을 보내는 등 혼례 때면 양가에서 음식을 교환한다. 이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유과로 산자와 강정을 주로 넣는다. 솜씨 자랑을 하려고 산자 위에 대추, 잣, 석이버섯 등으로 꽃 문양을 넣기도 하며, 잣은 반을 쪼개어 비늘잣(길이로 반을 쪼깬 잣)으로 하고 대추는 꼭지를 동글게 도려내고 가늘게 채썰어 물엿을 발라 붙인다.